젖을 깨물면 이렇게 해 주세요

아기에게 이가 난다고 해서 물릴까 봐 젖을 끊을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아기가 젖을 깨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6개월 무렵, 처음 젖니가 나기 시작할 때 잇몸이 붓고 근질거려 젖을 물려고 할 수 있으므로 미리 대비는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기가 젖을 열심히 먹는 동안에는 혀가 아래 쪽 이를 덮고 있기 때문에 엄마 젖을 물 수가 없습니다. 아기들이 엄마 젖을 무는 것은 대개 젖을 충분히 먹어 배가 부를 때, 수유 끝 무렵입니다. 즉 아기가 엄마 젖을 문다면 그때는 이미 아기가 젖을 다 먹고 놀고 있다는 것을 뜻입니다.

● 엄마 젖을 깨물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우선 깨끗한 손수건을 물에 적셔 냉장고 안에서 차갑게 한 다음에 젖 먹이기 직전에 아기가 씹을 수 있게 주면 덜 깨물게 됩니다. 이미 이유식을 먹고 있는 아기라면 냉장고에 넣어 차가워진 베이글 같은 것을 물려 주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젖을 먹이는 동안 미리 깨끗이 닦은 엄마 손가락을 아기 입 가까이에 두었다가, 충분히 먹은 것 같은 때 입 가장자리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서 재빨리 젖을 떼어냅니다.

젖은 엄마 것이 아니고 아기 것이라고 하염없이 물고 당기게 놔 두는 것은 아기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규칙적으로 젖을 길게 빨아들이면서 삼키지 않고 짧게 짧게 먹으면서 얼굴에 장난기가 돌고 산만해지면 이제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아기의 턱이 긴장하면 바로 엄마 젖을 물 수 있으니까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손가락을 입 가장자리로 밀어 넣어 모유수유를 끝냅니다. 반면에 젖이 잘 나오지 않으면 짜증이 나서 젖을 물 수도 있기 때문에 젖이 부족하다면 젖양을 충분히 늘려야 합니다.

● 아기가 이미 젖을 물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아기가 엄마 젖을 물었을 때 젖을 갑자기 빼면 아기에게 물린 것보다 오히려 그 때문에 상처가 더 심하게 생길 수 있고, 민감한 아기들은 놀라서 그 때부터 유방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를 떼내려 하지 말고 오히려 유방에 더 밀착시키면 아기는 코가 눌리기 때문에 입을 벌리고 유두를 놓게 됩니다. 아니면 손가락을 아기 잇몸 사이로 쑥 집어넣어서 입을 벌리게 해야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아기를 젖에서 떼어내서 바닥에 내려놓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고 30분 정도는 다시 젖을 물리지 않습니다.

최대한 단조롭고 사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는 듯한 분위기가 되면 아기는 또 반복해서 깨물어 보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기는 엄마 젖을 깨물면 젖을 더 먹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충동을 억제하게 됩니다. 대신 아기가 젖을 물지 않았을 때는 아기를 더 많이 칭찬해 줍니다. 젖을 다 먹어갈 때쯤 젖을 잡아당기고 무는 아기는 처음부터 절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한두 번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는 못하게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2020. 9. 28.

소아청소년과전문의, FABM, IBCLC 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