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젖양, 많을수록 좋을까요?)

https://youtu.be/U41KrgXpKNo

세상은 공평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엄마는 젖이 모자라서 문제인데 어떤 엄마는 젖이 너무 많아서 난리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넘쳐도 문제, 모자라도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젖양 과다는 울혈이 해결된 후에도 계속 젖을 짜서 생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모유수유 후에 남은 젖을 짜라는 잘못된 말을 듣고서 아기가 모유를 충분히 잘 먹고 있는데도 수유 후에 젖을 꼭 짜주는 엄마가 있습니다.

수유 후에 젖을 짜면 젖양이 점점 더 많아지겠죠? 젖은 아기가 먹는 만큼 나오는데 짜면 필요 이상으로 젖이 만들어지고, 또 남는 젖을 짜버리니까 아기는 계속 앞쪽만 먹고 엄마는 젖이 남으니 계속 젖을 짜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심한 경우 냉장고가 꽉 차서 더 이상 보관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아기가 열심히 먹기는 먹는데 3.3kg으로 태어난 아기가 6개월에 6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유축기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유축기는 미숙아집중치료실에 아기를 두고 퇴원했거나 직장에 나가서 낮에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엄마같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신생아 시기, 특히 생리적으로 젖이 돌고 울혈이 되는 초기에는 젖을 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유방을 비우는 정도에 따라 본격적으로 젖이 만들어지는 분만 후 10일 내지 2주부터는 젖을 짜지 말고, 직접수유만으로 아기가 젖양을 필요량에 맞추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아기에게 먹이고도 남는 젖은 불필요하게 엄마 영양만 손실되는 것입니다.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정도의 젖양이 딱 좋습니다. 물론, 쌍둥이를 낳은 엄마는 2인분을 만들어야 하고, 처음부터 두 아기가 배고플 때마다 양쪽 젖을 먹어 2배로 빨리 비우면 젖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빨라져 곧 젖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그럼 이미 젖이 너무 많아진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아기가 너무 무른 변을 자주 지려서 엉덩이가 허는 일이 없다면, 매 수유 시마다 양쪽 젖을 먹이고, 남은 젖은 가능한 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젖을 많이 짜 왔다면, 하루 총 유축량을 매일 20cc씩이라도 줄여서 젖 짜는 것을 끊습니다. 그러나 유축양을 너무 급하게 줄이면 울혈이나 유선염이 올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한쪽 유방으로 여러 번 수유를 하여 젖을 최대한 완전하게 비우는 방법, 즉 block feeding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먹이지 않은 반대편 유방에 젖이 지나치게 많이 차서 너무 불편하고 아플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 번에 양쪽 젖을 먹여서 젖을 남기고, 다음 번 수유 시간이 가까와질수록 젖이 차서 불편하면, 이때는 아픈 것을 면할 정도만 젖을 짜주면 젖양이 서서히 줄게 됩니다. 드물게 꼭 필요한 경우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젖양 줄이는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2019. 12. 13.(최종 수정 2020. 12. 5.)

소아청소년과전문의, FABM, IBCLC 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