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아기구요. 출생 시 3kg, 49cm, 생후 62일째인 현재 4.4kg, 56cm 입니다. 몸무게가 더디게 느는 게 전유를 많이 먹는 거 같아서 전유를 좀 짜고 먹였는데요. 이런 경우 한쪽 젖을 20분쯤 먹였는데도 먹고 나서 짜 보면 젖이 또 나와 다음 번에 마저 먹여서 젖을 비운 다음 반대 쪽을 물리는 게 맞나요? 젖이 남아 있으면 남은 후유가 먼저 나오다가 전유가 다시 나오나요? 후유를 더 먹이려면 무조건 전유 짜고 줘야 하나요?   

* 남자 아기구요. 3.6kg으로 태어났고 105일째 되는 지금은 6.9kg입니다. 지금까지 한쪽씩만 빠는데요. 수유 간격이 2시간이었다가 지금은 3~4시간으로 늘어나서 한쪽을 거의 7~8시간마다 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새 젖을 안 먹고 7~8시간 고여 있던 젖을 먹는 것 같아서 괜찮은지 여쭤 볼려구요. 젖이 확 비는 느낌도 안 들고 전유만 빠는 것 같은데 만약 전유만 빨면 변이 묽은지도 알고 싶습니다. 수유 간격이 늘어나면서부터 체중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 여자 아기고, 태어날 때 3.1kg, 49cm였고 147일째인 지금은 6.8kg, 64cm입니다. 아기가 처음부터 한쪽씩만 먹었어요. 바꿔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네요. 젖양이 충분치 않아 배불리 먹지 않아도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다른 쪽은 안 물려고 하네요. 그래서 4개월이 지나도록 수유 간격도 많이 못 벌렸는데. 한쪽 젖 쉬는 시간이 6시간 이상이라 자주 못 비워서 젖양도 주는 것 같고, 무엇보다 아기 체중이 잘 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쉬는 쪽은 유축을 해서 다음 수유 시 숟가락으로 먹이고 있어요(우유병 안 빨아서). 이런 방법도 괜찮을까요? 

위의 두 경우는 한쪽만 먹이면서 잘 자라지 못한 아기들이고, 아래 두 사례는 한쪽만 먹이면서도 체중 증가가 아주 빠른 아기들입니다. 신생아는 하루에 8-12번, 한 번에 15분 이상 양쪽 젖을 먹이라고 하던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우리 아기는 도저히 양쪽을 다 먹지 않는데 1시간이 걸려도 억지로 깨워서 양쪽을 꼭 먹여야 하는지?

전유후유 불균형에다 유당 과다라는 것도 있다던데, 한쪽을 완전히 비워야 후유를 먹고, 그래야 변도 좋아지고, 머리도 좋아지는지? 양쪽을 다 먹여야 하는지, 마지막 후유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라도 한쪽을 먹여서 깨끗이 비워야 하는지? 그렇다면 전유를 짜고 후유만 먹이면 어떨까? 아니면 젖 먹이고 나서 후유를 또 짜서 먹여 봐야 하나? 몇 분을 먹이면 전유에서 후유로 넘어갈까? 먹이고 나서 얼마가 지나면 후유가 전유가 되는 걸까?

젖 먹이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머리 써서, 계산을 해야 한다면 어디 애 키울 맛이 나겠습니까? 아주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모유수유가 확립될 때까지는 가능한 양쪽 젖을 먹이시되, 아기가 배고파할 때 한쪽 젖을 충분히 먹이고, 대충 그쪽 젖이 비워진 것 같으면 반대쪽 젖도 물려 보아 먹고 싶어 하면 먹이고, 배불러서 더 먹지 않으려 하면 안 먹이면 됩니다. 안 먹으려 하다가도 중간에 트림을 시키면 반대쪽 젖을 좀더 먹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만 먹었거나 두번째 젖을 거의 안 먹었으면, 다음 번 수유할 때는 그쪽부터 먹이면 됩니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느리다면, 아기가 배고파할 때마다 속싸개는 벗기고 시원한 차림으로, 수유자세와 젖물기를 정확히 하여, 안정된 분위기에서 조용히 젖을 먹일 수 있도록, 전화, 핸드폰, 텔레비젼, 라디오 다 끄고 양쪽 젖을 충분히 먹이고, 수유 끝무렵 잘 삼키지 않고 잠이 들면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지압하듯이 지긋이 눌러 주거나, 아래턱과 뺨 부위를 부드럽게 만져 주거나, 미지근한 물에 적신 거즈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어 적극적으로 아기를 깨우고, 유방을 골고루 눌러서 젖흐름을 빠르게 해 주면서 수유량을 늘려야 하겠습니다.

반대로, 3-4개월이 지나 아기가 주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안정된 분위기에서 조용히 젖을 먹일 수 있도록, 전화, 핸드폰, 텔레비전, 라디오 같은 것은 다 끄고 다른 사람이 어른거리지 않는 데서 집중해서 젖을 먹여야 합니다. 엄마는 눈길도 다른 데 주지 말고 되도록 아기를 만지지 말고, 거의 얼음땡 자세로 젖을 먹입니다.

옆집 아기가 전유후유 불균형이라는 진단으로 처방 받은 수유 방법을 듣고 와서 우리 아기에게 적용하려는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아기는 체중이 잘 늘고 있지 않은데, 후유를 먹여야 한다는 엄마의 일념으로, 젖이 차 있는 반대쪽 젖은 아껴 놓고, 한쪽 젖만 주구장창 물리면 아기는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반대로 잘 자라고 있는 우리 아기에게 옆집의 옆집 아기가 수유량 부족이라는 진단으로 처방 받은 수유 방법도 같이 응용해 보려고 하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아기가 커 갈수록, 수유 시간은 짧아지고, 수유 간격은 길어지고, 체중 증가는 느려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두 번 녹변을 본다거나, 젖을 먹는 아기답게 변이 좀 묽으면 어떻습니까? 아기가 건강하고 잘 자란다면 한쪽을 먹던, 양쪽을 먹던, 복잡하게 전유후유 불균형, 유당과다에 대해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건강하게 잘 자라는지는 주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으면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대충, 적당히, 즐기면서 젖을 먹이시기 바랍니다.

2010. 8. 30. (2019. 12. 12. 최종수정)

소아청소년과전문의, FABM 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