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와 엄마는 모유수유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붙어 지내면서 깰 때마다 수유를 해야 합니다. 배고파서 울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은 거니까, 확실히 깨지 않아도 눈동자가 움직이면서 손발을 움찔거리는 얕은 잠을 잘 때 살짝 깨워서 젖을 먹입니다. 한쪽 당 15분씩, 양쪽 합해서 최소 30분은 깨워가며 먹여야 합니다. 엄마 젖은 오래 삼킬수록 모유의 지방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배불러 보일 때까지 신생아는 50분까지도 젖을 먹도록 해 주어야 젖양도 유지되고, 체중도 잘 늘고 변도 지리지 않게 됩니다. 즉 전유후유불균형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죠. 또 그래야 젖이 돌기 시작한 후에 유방에 젖이 너무 가득 차서 젖몸살로 고생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잘 자라는 아기는 1개월만 되도 계속 15분씩, 양쪽 젖을 모두 먹여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총 수유 시간을 다 더해서 70-90분이라고 적어 오는 엄마들도 있는데, 수유 시간과 수유량이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도, 엄마도 요령이 생기면, 커갈수록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15분 이상 먹여야 후유가 나온다고 5분 먹다 몸을 비틀며 힘들어하는 아기를 중간에 몇 번씩 세워 안아주고 트림시켜 가면서 굳이 억지로 15분 채우고 또 반대쪽까지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잘 자라면 전유후유 불균형 걱정하지 마세요.

짧게라도 잘 먹고 있는 걸 유방을 거부한다고 지레 걱정을 해서 힘들게 유축해서 눈으로 수유량을 보아야 안심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편하려고 젖 먹이는데 왜 짜서 먹이나요? 아기가 잘 자라면 수유 시간 걱정하지 마세요. 혹은 짧게 먹으면 젖양이 줄어들까 봐 3, 4개월부터 젖을 짜서 먹이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 시간에 편하게 아기랑 놀아 주세요. 특히 100일경까지 체중 증가가 너무 빨랐다가, 아기 스스로 수유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수유 시간이 짧아지고 체중도 잘 안 늘면 거의 모든 엄마들이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기가 알아서 필요한 양만 먹으니 오히려 과체중이 예방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엄마보다 현명한 아기입니다. 아기를 믿으세요. 더 극단적으로는 5개월 된 아기가 3, 4분만 먹는다고 두 돌까지 먹일 계획이었는데, 모유수유에 자신이 없어져서 젖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아기가 잘 자라면 수유 시간 짧아졌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6개월이 되어 이유식을 시작하면 엄마 머릿속이 더 복잡해집니다. 직접수유를 하니 수유량은 모르겠고, 이유식이 한끼 식사량이 될 때까지는 붙여 먹이다가 그 후에 분리수유를 하라는데, 한끼 식사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죠. 거기다 수유 시간 15분까지 챙기려니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이유식 시작 전까지 아기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편합니다. 이유식은 거기에 조금만 변화를 주면 되니까요. 15분이 안 되어도, 그만 먹으려 할 때 젖을 떼고, 반대쪽 젖도 물려 보아 먹으면 먹이고 아니면 그만 먹이면 됩니다. 이유식과 수유를 붙이거나 떼는 것도 엄마가 임의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유식을 80g 먹고도 더 먹고 싶어하면 이어서 수유를 해도 되고, 배부른 것 같으면 2시간 정도 후에 떼어서 수유를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잘 자라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국도 2017년에 채택한 세계보건기구 영유아 성장 그래프에 출생 시부터 현재까지 체중과 키를 표시해 보아서 퍼센타일을 잘 따라가면 잘 자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성장 부진은 체중과 키로, 과체중은 신장별체중으로 판단합니다.

1. 신생아는 깰 때마다 양쪽 젖을 30분 이상 50분까지도 깨워가며 먹인다.
2. 잘 자라면 15분씩, 양쪽 젖을 먹일 필요가 없다.
3. 잘 자라면 전유후유 불균형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4. 잘 자라면 한 쪽 젖을 15분 이상 먹일 필요가 없다.
5. 수유 시간이 수유량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6. 성장 부진은 체중과 키로, 과체중은 신장별체중으로 판단한다.

2021. 7. 28.

소아청소년과전문의, FABM, IBCLC 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