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직장에 나가야 하는데 아가가 우유병을 빨지 않으면 아가도 엄마도 무척 괴롭습니다. 엄마 젖을 먹는 아가들에게 우유병이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처음에는 수유하고 한두 시간 후, 배가 아주 많이 고프지 않고 기분이 좋을 때 줘봅니다  이때 우유병의 꼭지는 엄마의 체온과 비슷한 정도로 따뜻하게 해주고 엄마가 젖먹일 때처럼 아가를 포근하게 안은 상태에서 아가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가를 달래면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모유 한두 방울을 아가의 입술이나 혀에 떨어트려 주면 우유병에서 맛있는 엄마젖이 나온다는 것을 아가가 배우게 됩니다. 우유병을 물릴 때도 억지로 밀어 넣지 말고, 엄마 젖을 물릴 때처럼 꼭지로 아가의 입술을 살짝 건드려 아가가 스스로 입을 벌려 빨아보다가 물도록 해줍니다. 아가가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곧 우유병을 아가 입에서 빼야 합니다. 또 아가가 잘 먹지 않는데도 10분 이상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우유병 수유에 대해서 아가가 싫은 감정이나 좌절감을 연관짓는 것보다는 좋은 감정으로 첫날의 연습을 끝내고 다음날 다시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며칠 동안 이렇게 해 보아도 아가가 우유병을 거부하면 다른 종류의 우유병 젖꼭지로 바꾸던지 우유병 대신에 컵수유를 시도해 봅니다. 만약 아가가 노리개 젖꼭지를 쓰고 있다면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우유병 젖꼭지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아가마다 좋아하는 젖꼭지의 모양이나 재질, 구멍의 크기가 다 다르고 어떤 아가들은 우유병보다 조그만 약 컵이나 꼭지 달린 컵에 더 잘 적응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젖꼭지나 컵을 써볼 때는 조급하게 이것저것 바꾸기보다는 며칠 간 충분히 여유를 두고 시도해본 후에 안 되면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좀 긴 것을 좋아하는 아가들이 많습니다. 또 수유 자세를 바꾸면 우유병을 더 잘 빠는 아가들도 있습니다. 살살 흔들어주거나 아가의 얼굴이 바깥쪽을 향하도록 안는 자세도 써볼 수 있습니다. 간혹 아가가 졸려할 때 우유병을 빨리면 쉽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 아가가 계속 우유병을 거부하면  하지만 아무리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보아도 아가가 계속 우유병을 거부한다면 컵이나 숟가락 같은 것을 이용해서 짜놓은 모유를 먹일 수 있습니다. 컵 수유를 할 때는 아가가 완전히 깨서 정신이 말똥말똥한 상태에서만 먹여야 하고 아가가 컵을 잡아채지 못하도록 잘 감싸서 세워 안는 자세를 취합니다. 컵을 아가의 입술에 젖이 닿을 정도로 약간만 기울여 아랫입술에 기댑니다. 아가가 홀짝거리면서 빨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컵을 기울이고 절대로 들이부어서는 안 됩니다. 아가가 원하면 잠시 쉬게 해주고 아가가 너무 힘들 수 있으므로 컵 수유 시간이 총 30분은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처음에 컵 수유를 시작할 때는 양쪽에 손잡이가 하나씩 붙어 있고, 주둥이가 나온 훈련용 컵이나 아니면 그냥 작은 플라스틱 컵을 써도 좋습니다. 아가들이 컵을 한동안 식기가 아니라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아가가 컵이나 우유병으로 젖을 잘 받아먹으면 배고파할 때도 이러한 방법으로 젖을 먹여 봅니다. 그러다가 점차 횟수를 늘려서 엄마가 직장에 나가 있을 시간에 맞추어 컵이나 우유병으로 젖을 먹이는 연습이 되면 엄마가 마음놓고 일하러 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06. 11. 15.

소아과전문의,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 정유미